‘법대로’ 외치며 결과 승복은 유보… 당선무효 기자회견, 스스로 무너뜨린 논리
전승덕 목사·지동빈 장로의 10월 29일 기자회견을 녹취와 총회선거규정 제30조에 비춰 검증했다. 규정에 없는 처리 기한을 근거로 ‘직무유기’를 단정했고, 증거는 추정과 전언에 머물렀으며, 법원행이 빠른 해결이라는 전제도 성립하기 어렵다.
제111회 총회 임원선거에서 각각 목사부총회장, 장로부총회장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전승덕 목사와 지동빈 장로가 10월 29일 총회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사람은 입장문에서 선거에 불법과 부정이 있었다며 당선무효 이의제기서를 냈는데도 총회 임원회가 네 차례 넘게 회의를 하고도 아무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계속 미루는 것은 “사법에 가서 판단을 받으라는 것”으로 이해하겠다며, 그로 인한 교단의 혼란은 임원회의 책임이라고 못 박았다. 본지는 회견 녹취와 근거 규정인 총회선거규정 제30조를 함께 놓고 두 사람의 주장을 따져 보았다.
규정에는 ‘처리 기한’이 없다
두 사람이 근거로 삼은 것은 총회선거규정 제30조다. 그 내용과 의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항 | 규정 내용 | 의미 |
|---|---|---|
| 제1항 | 당선확정 후 15일 이내 임원회에 이의가 제기되면, 임원회가 2/3 이상의 결의로 당선을 무효로 할 수 있음 | 15일은 이의를 낼 수 있는 기간이지 임원회의 처리 기한이 아님 |
| 제2항 | ‘20일 이내’ 규정 | 당선무효로 무효자가 생겼을 때의 보선 절차 기간이지, 접수 후 20일 안에 결정하라는 뜻이 아님 |
지 장로는 회견에서 이의제기서를 15일 안에 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의를 제기할 자격을 갖췄다는 뜻일 뿐이다. 이의 제기와 당선무효 결정은 별개다. 서류가 접수됐다고 해서 임원회가 그 주장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심의하고 결의할 권한은 임원회에 따로 있다.
의결 문턱도 낮지 않다. 2/3를 출석회원이 아닌 재적회원 기준으로 보면, 총회 임원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해야 당선이 무효가 되고, 5명 이하가 찬성하면 부결된다.
제30조에 처리 기한이 없는 이상, 결론이 늦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규정 위반이나 직무유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물론 기한이 없다고 해서 무기한 방치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임원회에 신속한 검토와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정당하다. 문제는 그 요구를 ‘직무유기’라는 단정으로 바꿔 버린 데 있다.
‘아무 반응 없다’더니… 총회장 답신은 회견장에서 직접 읽었다
지동빈 장로는 회견에서 한 달이 넘도록 임원회가 아무 조치도 없었고 자신들을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전승덕 목사는 총회장에게서 받은 답신을 직접 낭독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목사님, 진짜 유념하고 있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픈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 조금 기다려 주십시오. — 전승덕 목사가 회견에서 낭독한 총회장의 답신
지 장로 역시 “개인적으로는 서기 목사님과 계속 소통을 했죠”라고 밝혔다. 총회장이 검토 중임을 알렸고, 실무를 맡은 서기와도 연락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이 회견자 본인들의 진술이다.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과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증거의 실체 — 추정, 전언, 그리고 제3자
쿠폰 규모부터 흔들린다
이의제기의 핵심은 상대 후보 측 참모로 지목된 한 목사가 선거운동 금지 기간에 9,400원짜리 커피 쿠폰을 총대들에게 돌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 목사는 배포 인원을 “200명, 300명 뭐 추산”이라고 했다가 뒤에서는 “100 단위가 넘어섰다”고 말했다. 근거도 “후일담 들어 보니까 그렇더라고”였다. 확인된 수치가 아니라 전해 들은 추산이다.
‘2년 뒤 자기 선거용’이라면 당선인과의 연결고리는?
전 목사는 쿠폰을 돌린 목사가 “2년 후에 나오기 위해서” 그랬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고, 회견에서 낭독한 메시지에도 “저를 기억해 달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직접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는 배포자 개인의 행위라는 정황이 된다. 전 목사는 이를 두고 배포자가 자신이 돕던 후보를 ‘배신’한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당선무효를 주장하려면 당선인 본인의 지시나 공모를 보여 줘야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회견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회견자 스스로 쿠폰이 당선인의 선거가 아니라 배포자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을 소개한 셈이다.
“통장 안 까면 아무것도 안 나와요”
장로부총회장 관련 주장도 다르지 않다. 지 장로는 녹취록에 ‘100만 원 도네이션’ 요청이 나온다고 했지만, 실제 금품이 오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통장을 열면 “다른 내용이 분명히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라고 했다. 지금 손에 쥔 증거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대목이다.
결국은 통장 안 까면 아무것도 안 나와요. — 지동빈 장로, 10월 29일 기자회견
확인되지 않은 것: 정확한 배포 인원, 당선인 본인의 지시·공모 여부, 금품의 실제 전달 여부. 회견자들은 이를 “통장을 까면 나올 것”이라는 추정에 맡겼다.
임원회에 요구하면서 임원회는 못 한다고 인정
두 사람은 임원회가 당사자들의 통장을 조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정작 지 장로는 임원회가 통장 제출을 요구해도 “안 한다고요. 왜? 강제성이 없잖아”라며 그럴 권한이 없다고 했다. 임원회가 할 수 없다고 본인이 인정한 일을 하지 않았다며 ‘직무유기’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처리 방식에 대한 두 사람의 요구도 갈렸다. 전 목사는 임원회가 직접 다루지 말고 3~7인 규모의 조사처리위원회를 꾸리라고 했다. 반면 지 장로는 조사처리위원회로 가면 “1년 가는 거야”라며 임원회가 직접 신속히 처리하라고 했다. 한 기자가 선거 관련 규정상 원래 임원회가 처리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전 목사는 “이게 아주 위중하니까”라고만 답했다. 법대로 하라면서 정작 제30조가 정한 임원회 결의와 다른 절차를 요구한 것이다.
‘지연은 곧 소송 권유’라는 비약
두 사람은 결의문에서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사법에 가서 판단을 받으라는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했고, 부총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으로 인한 혼란은 “임원회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임원회의 침묵이 곧 ‘법원으로 가라’는 의사표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가 선택한 소송과 그로 인한 혼란의 책임까지 임원회에 돌리려면, 임원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무를 어겼고 그것이 어떻게 혼란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야 한다. 처리 기한조차 정하지 않은 규정 아래서 그 입증은 쉽지 않다.
내부 해결을 요구하면서 소송을 준비하는 것 자체를 모순이라 할 수는 없다. 지 장로는 사법에 가고 싶지 않다면서도 “이미 변호사도 선임을 다 했고”라고 했는데, 만일에 대비하는 것은 당사자의 권리다. 다만 이의제기서에 ‘신속 처리가 안 되면 기자회견, 그다음은 사법’이라는 순서를 미리 적어 두었다는 그의 설명은, 임원회가 사법으로 ‘몰고 있다’는 주장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 수순은 처음부터 회견자들이 정해 둔 것이었다.
‘법대로 하자’와 ‘결과 불복’ 사이
회견 내내 두 사람은 “법대로 하자”를 되풀이했다. 그러나 임원회가 조사해서 결과를 내면 따르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조건부였다.
처리 결과에 저희가 부당하다고 생각을 하면 사법을 갑니다. — 지동빈 장로, 10월 29일 기자회견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분명한 승복 의사는 나오지 않았다. 제30조는 당선무효 여부를 임원회 결의에 맡겼다. 그 결의가 정당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절차가 아니라 회견자 자신의 판단이라면, 어떤 처리도 ‘법대로’가 될 수 없다. 영구 총대 제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 장로가 “1년밖에 안 남았는데 상관없고”라고 답한 것도, ‘교단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회견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
법원은 더 빠른 길이 아니다
두 사람은 임원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법원에서 판단을 받겠다고 했다. 실제로 임원회가 이의를 부결하더라도 당사자는 가처분을 신청하거나 본안소송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가처분은 이의신청 등 불복 절차를 거쳐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본안소송이 상소심으로 이어지면 다음 총회인 2027년 9월 전까지 확정판결이 난다는 보장도 없다.
그 사이 교단은 부총회장의 자격을 둘러싼 다툼을 한 회기 내내 안고 가야 한다. 법원행은 빠른 최종 해결이 아니라 분쟁의 장기화일 가능성이 크다. 그 길을 스스로 택하면서 혼란의 책임은 미리 임원회에 넘겨 두는 것은 앞뒤가 바뀐 셈이다.
‘깨끗한 총회’와 “저도 돈을 썼습니다”
전 목사는 출마 슬로건이 ‘깨끗한 총회’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후보 측이 광주에서 돈을 건넸다는 주장을 펴던 중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근데 그런 것까지는 이미 저도 돈을 썼습니다. 썼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고… — 전승덕 목사, 10월 29일 기자회견
발언의 정확한 취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녹취 그대로라면, 이의제기자 자신도 선거 과정에서 비용을 썼고 그래서 ‘드러나지 않은 것’은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상대에게는 9,400원 쿠폰까지 당선무효 사유로 들이대면서 자신에게는 다른 잣대를 대는 것이라면, ‘깨끗한 총회’라는 명분은 설 자리가 좁아진다.
‘3차 양심선언’ 예고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전 목사는 “3차 양심 고백하게 되면은요, 일파만파로 터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기 때문에”라고 했다. 하지만 무엇이 터지는지, 누가 위험한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고, 임원도 다치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총회장에게 보낸 문자에서는 “총회를 어지럽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같은 문자에 “2탄, 4탄, 3탄”이 터질 것 같다고 적었다. 내용 없는 폭로 예고는 진실 규명이 아니라 압박의 수단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 ‘직무유기’ 단정 — 제30조에는 처리 기한이 없고, 15일은 이의를 낼 수 있는 기간일 뿐
- ‘무반응’ 주장 — 총회장 답신과 서기와의 소통을 회견자 스스로 공개
- 증거 — 배포 인원은 추산·전언, 당선인 연결 자료는 미제시
- 요구 — 임원회에 강제력이 없다고 인정하면서 통장 조사를 요구, 처리 방식은 두 사람 사이에서도 엇갈림
- 책임 전가 — 임원회의 침묵을 ‘소송 권유’로 해석하고, 가처분에 따른 혼란의 책임을 미리 임원회에 돌림
- 승복 — ‘법대로’를 외치면서 결과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사법행 예고
- 명분 — ‘깨끗한 총회’를 내걸었으나 “저도 돈을 썼습니다” 발언, 실체 없는 폭로 예고
남는 과제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총대의 정당한 권리다. 제30조에 기한이 없다고 해서 임원회가 결론을 한없이 미뤄도 되는 것도 아니다. 임원회는 접수된 이의제기를 언제, 어떤 절차로 심의할지 교단 앞에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나 이의 제기가 곧 당선무효는 아니며, 결의 권한은 규정대로 임원회에 있다. 확인되지 않은 추산과 전언을 앞세우고, 임원회가 할 수 없는 일을 요구하며, 결과 승복은 미리 유보하고, 내용 없는 폭로를 예고하는 방식으로는 회견자들이 말한 ‘법과 원칙이 통하는 총회’에 다가설 수 없다. 법원 역시 빠른 결론을 보장하지 않는다. 갖고 있는 증거를 정식 절차에 온전히 제출하고 그 결론을 기다리는 것이 교단을 덜 다치게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