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 계파정치를 넘어, 제111회 총회 당선자들에게 남긴 숙제
사조직의 지원 없이 일어난 새 바람, 모든 당선자가 건강한 총회로 응답해야
제111회 총회가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가 남긴 가장 선명한 장면은 송기섭 목사의 목사부총회장 당선이다. 특정 조직의 지원 없이 대구·부울경 지역 소장파 총대들과 동막교회 부목사 출신 총대들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새 바람이 표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신호는 한 사람의 당선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목사부총회장을 비롯한 모든 당선자에게 총회 정치의 방향을 되묻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선거 앞에 먼저 닫히고 열린 관문
이번 총회를 지켜본 많은 총대는 본선 투표보다 앞선 단계, 곧 노회 천서 관문이 변수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후보의 자격이 본회의장에 오르기 전에 노회 단계에서 열리고 닫히는 일이 반복된다면, 총대들이 판단할 수 있는 선택지 자체가 좁아진다. 일부 노회의 천서를 둘러싼 갈등이 총회 현장에서 거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총무와 부서기, 부회록서기 등 주요 직책마다 후보를 둘러싼 지원 구도가 회자되었고, 총회 안팎에서는 정치 사조직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피로감이 적지 않게 표출되었다. 선거의 쟁점이 ‘누가 이겼는가’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 치러지는가’로 옮겨간 것이다.
드러난 계파 구도
취재 결과, 이번 총회에서는 두 갈래의 정치 모임이 각 직책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편의상 이를 ‘SH회’와 ‘JP회’로 통칭한다. SH회는 이철우·김한욱·김상기·권희찬·배현수 목사 등이, JP회는 박병호·김종철·정신길·박기준·최광영·김신근 목사 등이 중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취재원의 증언과 총회 안팎의 관측에 기초한 것으로, 해당 인사들이 모임 소속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
천서 단계에서 갈린 승패
경일노회에서는 총대 천서 문제로 SH회가 타격을 입었고, 부회록서기 후보로 나선 김광철 목사가 천서를 받지 못해 후보에서 탈락했다. 반면 남경기노회의 천서로 정영교 목사의 총회장 취임길이 열렸으며, 취임한 정영교 총회장은 곧바로 경일노회 총대 천서 제한을 풀었다. 후보 자격이 본선 이전 단계에서 좌우되는 구조가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총무 선거와 앞선 단체 선거
총무 선거에서는 SH회가 박용규 목사를, JP회가 박철수 목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박용규 목사의 당선이었으나, 박 총무의 당선을 사조직의 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동기회와 대구 지역 기반의 지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앞서 치러진 GMS 이사장 선거에서는 JP회가 지원한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직책 | 후보 | 알려진 지원 구도 |
|---|---|---|
| 목사부총회장 | 송기섭 (당선) | 특정 모임 지원 없음 · 대구·부울경 소장파, 동막교회 부목사 출신 총대 |
| 전승덕 | JP회 지원 | |
| 장로부총회장 | 지동빈 | JP회 지원 |
| 손원재 (당선) | SH회 성향 | |
| 부서기 | 박기준 | JP회 소속 |
| 총무 | 박철수 | JP회 지원 |
| 박용규 (당선) | SH회 지원 · 동기회, 대구 지역 기반 지원 큼 | |
| 한기영 | 호남 중심 구축, 후반기 약진 | |
| 부회록서기 | 김광철 | SH회 지원 · 천서 탈락 |
| 육수복 (당선) | JP회 지원 |
결과를 보면 장로부총회장에는 손원재 장로가, 부회록서기에는 육수복 목사가 당선되어 두 모임의 영향력이 여전히 작용했음을 보여 준다. 그런 가운데 눈여겨볼 대목은 목사부총회장 선거다. 두 모임 어느 쪽의 지원도 받지 않은 송기섭 목사가 계파의 지원을 받은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것이다. 계파 구도로 판세를 읽던 기존의 문법이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결과의 무게가 크다.
새 바람이 보여 준 것
하나, 조직이 아닌 사람과 비전으로 얻은 표
송기섭 목사는 어느 모임의 공식적인 지원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구와 부울경 지역의 소장파 총대들, 그리고 동막교회 부목사 출신 총대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았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가 아니라 아래에서 올라온 공감이 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당선은 총회 선거 문화의 한 이정표로 기록될 만하다. 이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특정 당선자 한 사람이 아니라, 선거에서 선택받은 모든 이에게 같은 기준을 요구한다.
둘, 소장파와 지역 총대의 약진
지역 기반의 소장파 총대들이 선거의 주체로 나섰다는 사실도 의미가 크다. 총회의 미래를 짊어질 세대가 관망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움직였고, 그 결과가 부총회장 당선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총회가 특정 인맥이나 모임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 준 사례다.
셋, 다음 선거를 위한 선례
조직의 힘이 없어도 정직한 비전과 진정성으로 총대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 앞으로 후보로 나설 이들에게도, 그들을 판단할 총대들에게도, 그리고 이번에 당선된 모든 이에게도 이 선례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다.
건강한 총회를 위해 사라져야 할 것들
계파정치는 교단의 힘을 소모시킨다. 후보 선정 단계부터 줄 세우기와 편 가르기가 작동하면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갈등의 앙금이 남고, 총회가 감당해야 할 본연의 사명인 교회 지원과 교단 신뢰 회복은 뒷전으로 밀린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누구 사람’이라는 꼬리표는 당선자의 짐이 되고, 총회 전체의 부담이 된다.
이번 총회에서 확인된 총대들의 정서는 분명하다. 돈과 조직으로 판세를 가르는 방식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총회는 이 신호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 천서 절차의 투명성 — 노회 천서가 특정인의 진입을 막거나 허용하는 수단으로 쓰이지 않도록, 기준과 과정을 공개하고 책임 있게 운영해야 한다.
- 사조직 선거개입 근절 — 정치 사조직이 선거에 개입하는 관행을 총회 차원에서 점검하고, 공정선거 원칙을 실효성 있게 세워야 한다.
- 정책과 비전 중심의 검증 — 후보는 소속이 아니라 정책과 비전으로 평가받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 화합과 협력의 리더십 — 어느 모임의 지원을 받았든 당선자는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고 총회 전체를 섬기는 자리에 서야 한다.
남는 과제
이번 총회에서 선택받은 모든 당선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가볍지 않다. 송기섭 목사처럼 특정 모임의 지원 없이 당선된 이에게는 그 자유로움이 곧 모든 총대로부터 공정함을 평가받는 일이 된다. 모든 당선자는 ‘누구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벗어 내고 총회 전체의 일꾼임을 보여야 하는 처지에 있다. 취임한 정영교 총회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이 같은 시험대에 서 있다.
새 바람으로 얻은 신뢰든, 기존 구도 속에서 얻은 표든, 계파 없는 총회 운영으로 증명할 때 이번 선거의 의의는 비로소 완성된다.
총회의 건강성은 선거 결과가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다. 제111회 총회가 남긴 새 바람이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구태를 걷어내는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